[Global CEO & Issue focus] 사세 모리오 쓰키지긴다코 사장, "글로벌 점포 1000곳 열 것"

입력 2016-10-13 16:42  

하는 일마다 실패…방황하던 청년
일본 대표 간식 '다코야키' 달인으로

암울했던 젊은 시절
고교 시절 야구선수 그만둬, 설거지 싫증나 호텔리어 포기
분식집 차렸다 망하기도

똑같은 맛·서비스 비결은'사람'
돈보다 꿈 있는 사람에게 매장 내준다는 장사 철학
한국·홍콩 등 진출…증시 상장도

문어 잡는 법을 가르친다
문어 수입 연 2000t 넘자 亞·중남미 돌며 직접 조달
세계 첫 문어 양식장 짓는 중



[ 임근호 기자 ] 2014년 9월 다코야키 체인점 ‘쓰키지긴다코(築地銀だこ)’를 운영하는 핫랜드(ホットランド)가 도쿄증권거래소 마자즈(성장가능성이 있는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다코야키는 밀가루 반죽 속에 문어를 넣어 지름 3~5㎝ 정도로 구운 일본의 대표적인 간식거리다. 한국으로 치면 떡볶이 체인점이 증시에 상장한 것과 비슷하다. 창업자는 사세 모리오 사장. 그는 “점포를 늘려나가면서도 똑같은 맛과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일본 대표 패스트푸드점 만들겠다”

사세 사장은 1962년 일본 군마(群馬)현 기류(桐生)시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야구를 사랑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줄곧 야구 선수였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대회에서 탈락, 야구부를 은퇴했을 때 그는 삶에 의욕을 잃고 폐인처럼 지냈다. 먹을 생각도 없어져 그 여름 동안 체중이 18㎏이나 빠졌다. 그때 무심코 본 TV에 다미야 지로가 주연한 드라마 ‘다카하라로 오세요’가 재방송되고 있었다. 망한 호텔을 재건해 나가는 이야기였다. 그는 ‘호텔리어가 되자’고 마음먹었고 도쿄YMCA국제호텔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 요리를 배우려고 식당에 취직했다. 엄격한 상하관계에 설거지밖에 시켜주지 않자 “이래서야 몇 년 걸릴지 모른다”며 그만뒀다. “그후 여러 일자리를 전전했다”며 “나는 인간쓰레기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괴로워하던 시절이었다”고 그는 한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회상했다.

방황하던 그는 스물다섯이던 1987년 맥도날드 매장을 보고 다시 꿈을 찾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패스트푸드점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자본금 약 40만엔을 밑천 삼아 야키소바(일본식 볶음 국수)와 주먹밥을 파는 ‘핫랜드’라는 가게를 고향인 기류시에 열었다.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 오코노미야키, 다코야키, 카레, 라면 등으로 품목을 늘렸다. 이번엔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결국 매출이 줄면서 점포를 접었다.

다코야키 하나에만 집중해 성공

여러 사업을 벌이고 또 실패하던 그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1997년이다. 그는 이번?하나에만 집중하기로 하고 다코야키 전문점인 쓰키지긴다코 1호점을 군마현 가사카케마치(郡笠懸町)시에 세웠다. 다코야키를 선택한 것에 대해 그는 “먼저 내가 만든 다코야키가 맛있었고, 생각할수록 좋은 상품이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코야키는 간식으로도 술안주로도 좋았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잘 팔렸다. 고객층이 넓고 포장 판매가 쉬웠다.

그는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다코야키 맛을 연구했다. 맛에는 자신이 있었다. 다코야키 표면을 살짝 튀기는 독창적인 방법도 개발했다. 포장해 가져가더라도 식지 않고 오랫동안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한 방법이다.

점포를 늘려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있게 쓰키지긴다코 전용 기계도 기술자를 불러 자체 개발했다. 그는 “햄버거와 달리 다코야키는 여러 재료를 섞은 반죽으로 만들기 때문에 체인점마다 일정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며 “맛이 달라지면 고객들이 진짜 쓰키지긴다코의 맛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세 사장은 일본 전통 명품인 남부철로 다코야키를 굽는 철판을 만들었고 원형 틀 안에 울퉁불퉁한 요철을 붙여 다코야키 표면에 기름이 균일하게 퍼지도록 했다. 또 굽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점포별로 따로 직원을 채용하더라도 굽는 방법만은 반드시 본사에서 교육받도록 했다. 센마이도오시(千枚通し)라 불리는 다코야키를 뒤집는 봉을 사용해 철판 위의 다코야키를 뒤집는 타이밍 등을 모두 핫랜드 본사 7층의 연수센터에서 가르친다.

하지만 점포가 100여곳을 넘어가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그가 지방의 한 점포를 시찰하러 갔을 때 한 아이?엄마가 긴 줄 가운데 서 있었다. 아이가 “오줌이 마렵다”고 하자 엄마는 곤란한 얼굴로 점원을 바라봤다. 점원은 외면했고 엄마와 아이는 쓸쓸히 대열을 이탈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고객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세 사장은 “돈이 아니라 사람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터뷰 때마다 말한다. 매장도 아무에게나 내주지 않는다. “돈과 토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해선 안 된다”는 신념이다. 오히려 핫랜드 사원이 꿈을 갖고 독립하고 싶다고 하면 매장을 내준다.

전 세계 돌며 문어 조달

점포 확대로 생긴 또 다른 문제는 재료 조달이었다. 300개 점포로 늘어나면서 핫랜드가 수입하는 문어는 연간 2000t을 넘었다. 일본이 수입하는 전체 문어의 약 10%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이렇게 되자 핫랜드가 구매하는 것만으로 시장 가격이 좌우돼 안정적인 조달이 어려웠다.

사세 사장은 2011년까지 종합상사에 맡겼던 문어 조달을 ‘자체 조달’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문어를 일상적으로 먹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시아에선 한국과 일본, 유럽에선 지중해에 접한 몇몇 나라가 다였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지 않아 공급망도 다양하게 개척되지 못했다.

결국 사세 사장은 문어를 잡지도 먹지도 않는 나라에 가서 직접 문어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페루에 가서 현지 어민에게 문어통을 이용해 문어 잡는 법을 지도했다. 이렇게 아시아와 중남미를 돌며 새로운 조달 루트를 개척했다. 일본에서는 미야?宮城)현 이시마키시에 문어 양식장을 만들고 있다.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 문어 양식장이 된다. 일본 외식업계가 부진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도 핫랜드는 지난해 매출 309억엔(약 3350억원), 영업이익 15억엔(약 160억원)을 올리는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 448개 점포를 비롯해 한국과 홍콩, 대만, 태국 등에도 진출해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도쿄증권거래소 1부시장으로 승격했다. 사세 사장은 지난 5월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목표는 세계 1000점포”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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